2007년 9월 23일 일요일

『캐비닛』

"현대인은 아무도 깊이 잠을 자지 못해요. 전기가 발명되고 매머드 도시가 등장한 이후로 현대의 밤은 일종의 교란 상태에 빠져 있죠. 게다가 자본주의가 선물한 최고의 유산은 불안이에요. 보험, 증권, 부동산, 주식...... 현대 경제는 불안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알다시피 불안은 숙면의 최고의 적이에요. 그리고 불면은 다시 불안을 만드는 악순환이 진행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내적으로 외적으로 늘 불안한 겁니다. 반대로 원시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영적인 존재였죠. 해가 떠 있는 시간은 일하는 시간이었고 해가 지고 나서는 꿈을 꾸고 쉬는 시간이었어요. 그러니까 신의 섭리에 따르면 삶의 반은 일하고 나머지 반은 꿈을 꾸어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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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완전하고, 행복하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어간다. 불안은 계속되고... 나는 어디로 가는거지?

2007년 9월 7일 금요일

야채 새우 두반장 볶음.

얼마전 연일 계속된 야근에 지쳐 느즈막히 집에 들어가서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었는데, 냉장고를 보니 텅텅 비어있는거지. 사실 엄밀히 말하면 텅텅 비었다기 보단, 제수 음식이라 건드리기가 힘들었어. 그래서 살짝 고민을 했지. 선택지는 사실 아주 간단하잖아. ① 먹지 않는다 ② 포기한다 ③ 제수 음식 건드리고 다음날 크게 혼난다 ④ 밖으로 나가서 어디선가 해결한다 ⑤ 이상한 물체 X를 만들어 대충 먹는다. 선택지는 언제나 그래. 결국 먹는거야. 내 인생은. 근데 귀찮거나 남에게 뭔가 이야기를 듣는 건 또 싫거든. 그래서 결국 '이상한 물체 X'를 만들어버렸어.

냉동실에 짱박혀 있는 4가지 야채와 새우를 꺼내어 대충 해동을 했고, 그 다음 후라이팬에 올렸지. 냉장고에 남아 있는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두반장을 3스푼 넣고, 시럽을 넣어주고 그냥 볶았어. 따끈따끈한 야채 새우 두반장 볶음이 되도록 말이지. 그랬더니, 의외로 맛있더라고. 맥주랑 같이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고, 반찬으로 먹어도 좋을 것 같은. 뭐, 그래서 흡족했다고. 단지 그것뿐이야.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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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남자친구네 모임의 식사 자리를 생각하고 제안하곤 하는데, 이번엔 도저히 생각이 안나는거야. 뭘 먹으러 간 적이 없으니까. 주말에도 출근하는 인생에서, 밥도 회사에서 시켜먹는데, 어떻게 해! 그러니까, 아무 생각이 안나는거지. 그래서 예전에 갔던 곳에 가기로 했는데, 아주 조금 서글펐어. 이런게 인생이라면. 얼마나 비참한걸까? 그렇지 않아? 피식.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으쓱. 돈에 노동력이 아닌, 노동을 팔고 있는 시대인걸.

꽤 괜찮았던 Promotion Idea

Brand Slogan을 생각하느라,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머릿속을 스치는 꽤 괜찮았던 프로모션 아이디어.

사실 종이 같은 것으로 나눠주면 아예 안 받거나, 스윽~ 보고 버리기 쉽상이지만, 바나나면 안받을 순 없잖아! 게다가 먹는 장사라면, 식감 있는 바나나를 이용하여 홍보하면 더더욱 효과적일 것이고! 크크.

평상시, 절대 길거리에서 광고물을 받아들지는 않지만, 왠지 휴지나 화장품 샘플은 받아들게 된다는 말씀. -_-; 아아~ 바나나 먹고싶다. 아, 바나나가 먹고 싶어서 한 포스팅은 아냐! 안 믿겠지만.;

2007년 9월 6일 목요일

HUIS TEN BOSCH에서 본 물건들.




방긋방긋 웃는 燒酒와 같이.

HUIS TEN BOSCH는 너무 동화같았지만. 그곳은 너무 공허한 동화. 아무 것도 없는, 중심이 공허한 동화. 그래서 난 그곳이 좋았었어.

晩白柚(Ban Pei Yu)의 추억

올해 초였던가? 역시 일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훌쩍 떠난 후쿠오카행. 가기 전 날까지 날짜를 변경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즐거운 일은 가득 있었던 후쿠오카. 후쿠오카에서 구마모토로 이동해서 구마모토 성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샀던 Ban Pei Yu는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그런 느낌? 하하하.


구마모토에서 후쿠오카로 돌아오는 길에 보여서 덥썩 집에 버린 Ban Pei Yu. 크기가 정말 엄청나다. 맛도 궁금하고. 그래서 1,600엔이라는 가격과 약간의 무게에도 불구, 아주 약간의 망설임 끝에 구입.
해체, 개시. 헉헉헉. 내가 한 것은 아니지만, 조그만 오렌지칼로 저 거대한 녀석을 해체하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저기까지 까는데도 꽤 긴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근데, 도대체 언제 먹지?;
다 까고 나니까... 껍질이 과육보다 더 많다. 털썩! 소, 속았어! 원근법도 어느정도 작용하긴 하지만, 저 뒤의 작은 과일 대비, 껍질은 너무 많았다. 살짝 눈물이 나더군.
껍질의 무덤. 삼가 명복을.;
자그만(...)한 과육. 그래, 이제부터 요걸 먹게된단 말이지?! 두근두근!
겉의 껍질까지 다 깠다. 두근두근~ 시식! 뿅!

앗! 앗! 맛있어! 맛있어! 끈적거림없이 적당한 신미와 단 맛이 조화되었잖아! 꺅꺅! 정말 맛나다! 목이 말랐었는데, Ban Pei Yu를 집어 먹다보니, 어느덧 갈증이 해결! 요런 깜찍한 녀석을 보았나!

하지만,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아서 다음날 남은 것을 싸들고 하우스텐보스로 가는 기차에 올랐더랬지. 기차에서도 이 녀석은 대활약을 해주었어. 도시락을 먹고 텁텁한 입을 개운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목마름까지도 해결해주었거든.

고마워, Ban Pei Yu. 네가 없었으면, 후쿠오카 여행이 그리 즐겁지 않았을거야. 그리고 너를 알게 되어 너무 기뻐. 넌 정말 맛있었거든. 난 아직도 가끔 네가 생각나. 너를 입에 넣었을 때의 청량감이나 시원함같은 거. 그런게 참 그립다고.

근데, 널 한국에서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해? 파는 곳은 없는거야? 네가 정말 보고...(결국, 먹고?)싶거든.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