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1일 금요일

『오센 : OSEN : おせん』

 

어제 간만에 회사에서 할 일이 없었다. 이게 왠 일이야?! (물론, 아무런 할 일이 없어도 퇴근은 10시 30분이 넘었다. -_-;) 뭘 할까 하다가 생각난 김에 드라마를 보기로 했지. 최근 드라마라고 본 것은 『The Big Bang Theory』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다 본 것도 아니고 틈틈히 3화까지 본 게 전부였다지? 트렌드 좀 따라가볼까 해서 『오센』을 보기로 대략 결정. 마침 우치의 복귀작이기도 하고. 주변 반응도 좋았고. 여러가지 면에서 이걸 따라올 수는 없지!

"大切な物は繋ぐ事だ(중요한 것은 이어가는 것이지)"

매 화가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고,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되고 말지만, 그래도 예쁜 아오이 유의 얼굴을 보는 것과 그녀의 화려한 기모노는 참 예쁘다. 거기에다가 우치의 살랑살랑~ 예쁜 미소는 어쩔 수 없었어. 하, 항복! 나, 재미있게 이 드라마 볼 수 밖에 없었다고! 내용이야 어떻든, 맛있는 음식이 가득 나오고, 즐겁게 음식을 만드는 얼굴에 행복해질 수 밖에 없었어.

사실 음식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인데. 요즘은 적당한 화학 조미료와 맵고 짜고 단 맛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면 먹히는 시대잖아? MSG에 맵고 짠 맛에 민감한 나는 늘 외식의 끝은 더부룩한 위와 고통뿐이지만 그럼에도 먹고 살겠다고 열심히 먹고 있지만, 마음 한켠에는 언젠가 정원 딸린 집에서 깻잎이랑 파, 콩, 고추를 기르고 좀 우아(?)하게 블루베리랑 허브를 지르면서 닭도 7마리 정도 기르고, 한켠에 장독대를 뭍어서 김치랑 각종 장을 담그고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참 힘든 소망이긴 한데, 그래도 어렸을 때 시골에서 먹던 맛을 잊을 수 없으니까.

문화란 계속 변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소중한 것을 이어가는 것. 위로부터 받았던 좋은 것들을 소중히 아래로 전달하는 것,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린 자주 잊어버린다. 그것이 맛이 되었건, 언어가 되었건, 그 무엇이든 간에.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 어렸을 때는 국악이라는 것이 도통 먹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요즘 초등학생을 보면 대금도 불고, 해금도 하고 하더라. 그런 모습은 그래도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해.

요즘 김치나 장 담그는 법을 엄마한테 배우려고 하는데, 엄마도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해. 요즘같이 바쁘고 힘든 세상에 굳이 그렇게 귀찮은 일을 해야겠냐고. 그래도 난 하고 싶어. 엄마 김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그 맛이 아니면 혀와 위에서 거부하니까. 그래서 배우고 싶어. 잘 이어나가고 싶은거지.

그런데 요즘은 먹거리 자체를 믿을 수가 없게되어 유감이야. 이제 소고기는 안녕, 인거고. 물론, 어렸을 때도 엄마가 사골국물 끓여두면 절대 건드리지도 않았지만. -_-; 그래도 맛있는 소고기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젠 믿을 수 없어서 유감. 흥.

하여간, 드라마는 재미있게 봤어. 결말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열린 구조라서 다행인게지. Happy Ending으로 무리해서 끝냈으면 나 진짜 화날 뻔 했거든. 사실 모든 에피소드들이 그랬지만 마지막에 너무 무리해서 좋은 결말만 났잖아. 우리네 인생과는 너무 다르게.

그나저나 저 무조림은 정말 만들어보고 싶어. 무를 잘 조려서 겨자 찍어먹고싶다. T^T 으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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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부키(吹雪)는 결국 만들어봤는데, 진짜 맛있었음! -_-b 겨울이 오면 또 해야지.
2009:07.16. 13:34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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