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9일 목요일

뭘 하고 있는건지...

바쁜 건 아닌데. 정말 바쁜 건 아닌데. 숨조차 쉴 수 없었던 지난 12-1월에 비하면 지금은 한결 나아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기력증에 빠져버렸다. 이 곳들 둘러보는 것조차 싫을 정도로. 모든 것이 지겨워졌는데, "괜찮아?"라는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괜찮아요. I'm OK."라고 대답해버렸다.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싫다.

2007년 3월 5일 월요일

명동, 딘타이펑

오랫만에 먹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최근 다녀온 곳은 아닙니다. -_-;;; 벌써 꽤 오래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딘타이펑. 크크크. 처음 생기자마자 방문해서 꽤 맘에 들었었는데, 덕분에 당시 음식맛이 똑! 떨어진 재키스 키친을 외면하고 자주 갔었죠. 근데, 어느날부터 샤오롱바오가 좀 식어서 나온다거나, 음식 맛이 점차 형편없어지잖아요. 덕분에 발길을 끊었으나. 그래도 사진이 있길래 스슥.

한 때 너무나 사랑해마지않던 메뉴입니다. 샤오롱바오. 속 안에 가득찬 육즙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었습니다만. 어느날 들렸더니 뜨끈뜨끈도, 따끈따끈도 아닌 미적지근한 샤오롱바오가 나오더군요. 절망적이었습니다. 최근에도 그리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하고 있고, 옆에 '꽁시면관'이라는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중국요리점이 생겨, 좀 가망없는 느낌이예요. (게다가 꽁시면관은 Last Order를 무려 12시 30분까지 받습니다! 야근 인생에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요?!)

'산라탕'입니다. 추천 메뉴였는데, 그리 맛있지 않았습니다. 맛있는 메뉴를 추천했는데, 약간 매운 것은 좋았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메뉴는, 인천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즐겨먹는 메뉴란 말예요! 가격대는 딘타이펑이 조금 더 쌉니다만, 음식의 질이나 풍성함은 차이나타운의 승리입니다! 차이나타운의 매콤하고 화끈한 맛과는 달리, 이곳은 전분때문에 덜 매콤하고 흐느적거리는 느낌이었다랄까요?

파이구딴판. 갈비 비슷한 것이 달걀 볶음밥위에 턱~ 올라가 있습니다만. 으흠. 맛은 아주 훌륭하다고는 못하겠어요. 고기를 꽤 좋아하던 시절에 간 것인데도. 고기가 느끼했어요. 차라리 달걀 볶음밥만 먹었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전, 중국식 볶음밥 참 좋아하거든요. ^^)

그럼에도, '딘타이펑'의 화장실은 너무 멋집니다. 깨끗하고 기분좋은 화장실이예요. 딘타이펑의 매력도를 놓여준다니깐요. 그러니까, 적당한 음식과 가격대로, 아직 친밀하지 않은 사이의 이성과 함께 갈 만한 곳이예요. 나오면서 '맛은 그럭저럭인데, 분위기는 좋았다'던가, '화장실이 꽤 맘에 들었어요.'라던가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세계앞 분수나, 근처 남산으로 슬쩍 데이트를 간다거나 말이죠.

오래된 연인이요? 이런델 왜 가겠어요? 그냥 평범하게 꽁시면관 들려서 '새우 소룡포' 2개 시켜 '앗, 뜨거!' 그러면서 샤오롱바오 먹다가 곁들여나오는 미니 자장면 후룩후룩 마시다가 옷에 튀면 '바보~'라고 놀려주면 그만이예요. 꽁시면관의 커플메뉴는 좀 배가 부르지만, 가격도 훨씬 싸거든요. 분위기나 그런 면에서 딘타이펑을 못따라간다는 것 뿐이지. (사실, 꽁시면관은 요리쪽이 좀 맛없긴 해요.;) 아니, 정말 오래된 연인은, 인천 차이나타운이 낫겠네. 가격대 성능비가 쵝오다! 크크크. 때로는 자극도 필요하니까요.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상대를 진정으로 알 때에만 사랑이 자라날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왜곡된 사랑의 현실 [우리가 알기 전에 태어나는 사랑] 에서는 아는 것이 늘어날 경우, 그것은 유인이 아니라 장애가 될 수도 있다. - 유토피아가 현실과 위험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 87)



꽤, 오랫동안 미루고 미루다가 읽어내려간 그의 책에서.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나이가 된 지금. 그리고, 첫인상이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아니게 된 지금. 저 문장만이 가슴에 와닿더라. 의미없는 집착이나, 고통같은 단어는 이미 나와는 멀리 떨어진 단어가 되어버렸고. 더이상 첫눈에 누군가에게 반하지 않으며, 상대에 대해서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낯선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하지만) 원하는 모습과 다른 행동을 보일 때 실망하게 되어버리곤하지.

재미있게 읽었지만, 두 번 읽을 생각은 없고. 재기로 가득차 있다고 해도,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만약, 좀 더 어린 나이에 읽었다면, 좀 달랐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와버렸고, 나는 좀 메말라졌다. 사랑이 인생의 전부가 된다거나, 이별이 죽을만큼 아플 나이는 지났다. 단지 그 뿐이다. 그래서 조금 슬프긴 하지만.

오늘의 BGM은 박선주의 '마음을 베이다' : "역시 그게 너야. 여전히 날 모르는 그 한마디. 그래서 그게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