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7일 금요일

야채 새우 두반장 볶음.

얼마전 연일 계속된 야근에 지쳐 느즈막히 집에 들어가서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었는데, 냉장고를 보니 텅텅 비어있는거지. 사실 엄밀히 말하면 텅텅 비었다기 보단, 제수 음식이라 건드리기가 힘들었어. 그래서 살짝 고민을 했지. 선택지는 사실 아주 간단하잖아. ① 먹지 않는다 ② 포기한다 ③ 제수 음식 건드리고 다음날 크게 혼난다 ④ 밖으로 나가서 어디선가 해결한다 ⑤ 이상한 물체 X를 만들어 대충 먹는다. 선택지는 언제나 그래. 결국 먹는거야. 내 인생은. 근데 귀찮거나 남에게 뭔가 이야기를 듣는 건 또 싫거든. 그래서 결국 '이상한 물체 X'를 만들어버렸어.

냉동실에 짱박혀 있는 4가지 야채와 새우를 꺼내어 대충 해동을 했고, 그 다음 후라이팬에 올렸지. 냉장고에 남아 있는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두반장을 3스푼 넣고, 시럽을 넣어주고 그냥 볶았어. 따끈따끈한 야채 새우 두반장 볶음이 되도록 말이지. 그랬더니, 의외로 맛있더라고. 맥주랑 같이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고, 반찬으로 먹어도 좋을 것 같은. 뭐, 그래서 흡족했다고. 단지 그것뿐이야.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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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남자친구네 모임의 식사 자리를 생각하고 제안하곤 하는데, 이번엔 도저히 생각이 안나는거야. 뭘 먹으러 간 적이 없으니까. 주말에도 출근하는 인생에서, 밥도 회사에서 시켜먹는데, 어떻게 해! 그러니까, 아무 생각이 안나는거지. 그래서 예전에 갔던 곳에 가기로 했는데, 아주 조금 서글펐어. 이런게 인생이라면. 얼마나 비참한걸까? 그렇지 않아? 피식.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으쓱. 돈에 노동력이 아닌, 노동을 팔고 있는 시대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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