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5일 화요일

마음이 고마워서...

요즘 생활이 말이 아니다. 작년 9월 이후, 주말에 제대로 쉰 기억이 없다. 12시 이전에 퇴근한 기억도 없지. 심지어 크리스마스와 새해에도 겨우 짬을 내서 쉬었지. 그 전날까지 야근과 철야, 주말출근을 밥 먹듯 해서 정답게 시간을 내지는 못했지만. 그런 나날의 끝에, 이제 프로젝트 하나가 겨우 끝나나 했더니, 그래서 좀 쉴 수 있나 했더니 다른 제안서 작업에 긴급 투입되었다. 또 작성해야하는 제안서가 5개 정도 있다. 메인 프로젝트 진행 중에는 이거 끝나면 3일 휴가는 준다, 했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을 던지는데... 돌아버리겠더라. 뭐,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도대체. 이게 사람 사는 꼴이 아닌거다.

회사 부장님 중에 그래도 말이 잘 통하는 분이 계신다. 가끔 찡얼거리기도 하고, 수다도 떨고, 밥도 먹는 분인데. 진행하던 메인 프로젝트를 같이 했었더랬지. 담배 안피우는 부장님이랑 같이 흡연 장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데. 어제 갑자기 요상한 우편물을 받으시길래, 뭐예요? 했다. 그냥 너희들 좋은거야, 하시길래 별로 귀담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퇴근할 무렵. 감동의 선물 하나.

CGV 영화관람권이다. 아! 그거였구나. 이 양반. 3일 못쉰다고 의기소침해 있던 우리들의 기분을 알아챘구나! 그냥 막 고맙더라. 자신도 힘들텐데. 남몰래 챙겨주고. 왠지 기운이 나서 으쌰으쌰, 해봤다.

회사는 너무 힘들고 지쳐서. 솔직히 돈 독이 올랐나, 싶기도 하지만. 저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주 조금은 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오래는 아니겠지만. 어차피 사람의 연이라는 게, 여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부장님에게 데이트라도 청해야겠다. 여자들끼리 하는 데이트라 다소 닭살스럽긴 하지만, "부장님, 저에게 영화 관람권이 생겼는데, 데이트 안하실라우?" 요렇게 청하고 기분이나 풀고 와야겠다. 맛있는 밥도 얻어먹고 말이지. 우히힛!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