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3일 수요일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 대한문에 갔다가 영결식과 운구행렬까지 지켜보았다. 중간에 쓰러져버려 서울역까지 갔다가 그대로 돌아오고 말았지만. 참 아름다운 사람들을 그곳에서 많이도 만났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신세계 앞을 지나가다가 동아리 선배를 만났지. 8살 난 딸아이와 함께 '謹弔' 리본을 달고 있는 선배를 보니 정말 반가웠어. 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터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지.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아직은 희망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아이와 함께 손잡고, 추모의 의미에서든, 역사의 현장을 찾는 의미에서든 그렇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은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 거라고. 그렇기에 더더욱 현재 가진 자유를 지켜내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오래전 교보문고에 종종 들리던 국민학교 시절. 그 날도 어김없이 학교를 마치고 교보문고에 가려고 했는데, 그 날따라 엄마가 학교 앞에 와있었다지. 학교 앞에 와있는 엄마에게 함께 교보문고에 가자고 졸랐지만, 엄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왜 그러는지도 모른 채, 책을 사지 못해서 입을 삐쭉삐쭉 내밀며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 그 때가 87년 6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 날과 그 이후 한동안 책을 사러가는 것을 금지시켰던 엄마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지.

그랬던 나날들을 생각했을 때, 지금 내가, 우리가 가진 자유는 아주 소중하고 값진 것이기에. 더이상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이와 함께 영결식을 찾고, 분향소를 찾는 이들이 있는 한,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냥 그런 생각들이 들이 조금은 행복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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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허들을 하나 넘었고.
물론, 뒤이에 오는 허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지만. ^^
그래도 조금은 기운이 났고.
조금 덜 머리가 아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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